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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중년 남자가 은행 창구 앞에 서 있었습니다.
손에는 여러 번 접혔다 펴진 오만 원권 한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.

모서리는 닳았고, 한쪽에는 테이프까지 붙어 있었습니다.

창구 직원이 말했습니다.
“지폐가 많이 상했네요. 교환해 드릴까요?”

남자는 잠시 지폐를 바라보다가 웃었습니다.

“이 돈이 저랑 좀 닮아서요.”

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말했습니다.

 

“젊을 땐 새 지폐 같았죠.
꿈도 빳빳했고, 계획도 반듯했고, 뭐든 될 줄 알았습니다.”

그는 말을 이어갔습니다.

“그런데 살다 보니 접히고, 구겨지고, 찍히고…
사업도 한 번 접고, 믿었던 사람에게도 데이고,
몸도 예전 같지 않고요.”

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.

“그래도 말이죠 —
이 지폐, 값은 그대로잖아요.”

직원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.

“맞습니다. 상태와 가치는 다르죠.”

남자는 지폐를 다시 지갑에 넣으며 말했습니다.

“저도 요즘 그걸 배우는 중입니다.
겉이 좀 낡았다고 해서
내 인생 값이 떨어진 건 아니더라고요.”

뒤에 서 있던 또래의 사람들이
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.

 

40대, 50대는 가장 많이 책임졌고
가장 많이 버텼고 가장 많이 구겨진 시기입니다.

지폐는 새것일 때가 아니라 쓸모 있을 때 가치가 있습니다.

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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